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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August 26, 2020

본인부담금, 왜 안 받으시나요? - 치의신보

karitosas.blogspot.com

- 가상체험을 시작합니다.

신환이 왔습니다. 위쪽 어금니가 불편하다는 주소로 내원하였고, 온도감이 있는 음식을 먹을 때 불편하다고 하시네요. 미러를 이용하여 구강검사를 하려고 보니 입을 크게 못 벌리시는 분입니다. bite에 불편감이 있으며 자발통도 있습니다. 게다가 육안상으로도 깊게 비쳐 보이는 충치가 발견됩니다.


치관은 오랜 충치로 인해 이미 너덜너덜해져있고, 파노라마상에 치근단 병소도 떡하니 자리 잡고 있네요. 신경치료가 불가피한 상황이군요. 파노라마상에 endo & crown치료가 되어있는 다른 치아도 있고 해서 “예전에 해보셨네요? 신경치료 하셔야 합니다.”라고 말씀 드립니다. (그런데 예전에 endo & crown된 치아의 상태가 썩 본인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채우긴 채웠는데 어딘가 손대고 싶은...?) 절차대로 리도카인 마취하고 러버댐 걸고 Access opening하고 MB2까지 힘들게 찾아서 4개 근관의 근관장을 측정하고 PA도 예쁘게 촬영합니다.


환자분의 개구량이 적어 기구 접근도 잘 안되고 시야확보도 잘 안됩니다. 고개도 꺾어가며 라이트를 조정하고, 엔도미러를 사용해서 이리보고 저리보고 고군분투합니다. 결국 어찌어찌 핸드파일과 회전 절삭기구를 이용하여 #25까지 모든 근관을 확대하고 내원 첫날 진료를 마무리합니다. ‘아! 발수까지 다 했으니 환자분 증상이 바로 해결되겠지?’라는 뿌듯한 마음을 안고 다음 환자를 보는 와중에 데스크가 소란스럽습니다. “왜 이 병원은 신경치료비를 받냐!”

- 가상체험을 종료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본인부담금에 관한 내용을 다루려 합니다. 위와 같은 상황을 똑같이 겪으신 분도 계실 것이고, 비슷하게나마 다른 경험을 하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물론 정 반대의 입장에 계신 분도 계시겠고요.


본인부담금. 제대로 받고 계신가요? 가상체험 사례로 신경치료를 든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험해보니 유독 신경치료에 대해서 돈을 왜 받냐는 피드백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는 말은 신경치료를 해주고 본인부담금은 안 받고 청구만 하는 병원이 많다는 뜻이겠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러한 행태는 잘못된 것입니다. 본인부담금은 반드시 받으셔야 합니다. 이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 것은 불법입니다. 의료법 제27조 ③항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제88조에는 위에서 언급한 제27조 ③항을 어긴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나 단순히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는 것은 불법이니까 받아야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치과는 기구나 재료 없이는 절대로 진료를 볼 수 없습니다. 예로써 신경치료를 든다고 한다면 위에서 언급한 것만 해도 미러, 리도카인, 러버댐, 핸드파일, 회전절삭기구, 방사선촬영 장비가 사용됩니다. 내 전문지식에 근거를 둔 손기술‘만’ 들어간 것도 아니고, 수많은 기구와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술식에서 본인부담금을 안 받으면 과연 통상적인 진료를 위한 재료를 온전히 쓸 수 있을까요? 본인부담금 안 받는 대신 뭐라도 더 비용절감하기 위해서 안하고 넘어갈 여지가 있지 않겠느냐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본인부담금을 안 받는다면 최선의 진료를 위한 마음가짐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개개인의 진료능력을 떠나서 진료가 마음대로 잘 안됐을 때 사람이라면 ‘에이 돈도 안 받고 했는데 뭐~’ 이런 생각, 조금이라도 들 수 있지 않겠냐는 말입니다.


끝으로... 고생해서 치료했는데 왜 돈을 안 받으시나요...? 병원의 마케팅 전략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라면 굳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위험부담을 안아가면서까지 그래야하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아마도 예전부터 이어져오는 관행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는 바로 잡아야할 부분이 아닐런지요.


실제로 re-endo 케이스에서 실오라기 같은 거타퍼쳐콘 하나가 ‘크라운을 씌우면 드립니다.’ 정도의 사은품처럼 근관 안에 낭창하게 담겨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됩니다. 이럴 때마다 환자분에게 확인해보면 신경치료 비용을 안냈던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대로 진료하고 제대로 수납 받으시는게 어떨까요? 대한민국 국민들의 구강건강을 위해서든, 우리 치과계를 위해서든, 모든 면에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건강한 발걸음의 시작이 아닐까합니다.


아, 환자가 돈이 없다는데 어떻게 하냐! 라고 하실 분들 혹시 계실까 하여... 의료법 제27조 ③항에 1. 환자의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개별적으로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전승인을 받아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허용된다고 나와 있다는 말씀 전하며 이번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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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6, 2020 at 07:0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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