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장관 면직안, 이틀 만에 재가
남북관계가 말 그대로 '시계제로'입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갈고 닦아온 남북의 신뢰관계가 잿더미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터져 나옵니다. 주무부처 수장인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제 사의를 표명했고, 고심하던 문 대통령은 이틀 만에 면직안을 재가했습니다.
차기 통일부장관은 정치인?
관심은 자연스럽게 차기 통일부장관이 누가 될 것인가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어제부터는 몇 명의 실명도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송영길·우상호 의원 등입니다. 취재가 쏟아지자 당사자 또는 당사자 측근들은 조심스러워하거나 거리를 두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구는 아직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긍정적인 것 같다' 같은 예측 기사도 나옵니다.
그런데 '누가 될 것인가'를 예상하기에 앞서,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다음 통일부 장관은 정치인이다'라는 명제 말입니다. 이 명제를 왜 다들 당연시하게 된 걸까요.
사실 조금 들여다보면 이유는 간단한 것 같습니다. '정치인 차례'라는 것이죠.
이 정부 들어 첫 번째 장관이었던 조명균 전 장관은 통일부 관료 출신입니다. 뒤를 이어 지난해 4월 취임한 김연철 장관은 북한을 연구해온 학자 출신입니다. 즉 관료→학자→?>인 상황인데, 앞선 두 장관이 합격점을 받지 못했으니 이번엔 정치인이 좋지 않겠느냐는 접근입니다.
이같은 접근이 일면 단순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조명균은 관료 출신이어서, 김연철은 학자 출신이어서 실패했나?' 같은 질문에 명확히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 장관의 사의도, 본인이 학자 출신으로서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해 사퇴했다기보다는 당국자 중 누군가 책임을 지고 새로운 타개의 공간을 열어줄 필요성에 따른 결단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순수한(?) 학자 출신'이었기에 가능한 결단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남북 문제, 정치인만 해결 가능?차기 통일부 장관의 임무는 막중합니다. 파국까지 내몰린 남북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동력을 찾아내야 합니다.
분명한 건 한 사람의 개인기만으로 지금의 상황을 돌파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힘있는 정치인'이 와서 그립을 강하게 쥐면,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이 주도해 온 대북정책의 무게추를 통일부 쪽으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정치인 출신의 장관에게 기대되는 청사진이 있다면 이런 점일 겁니다.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남북문제 해결 의지와 전문성, 경험, 소통능력, 상상력과 추진력 같은 덕목은 정치인에게만 국한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디 출신이냐가 아닌 '누가 적임자'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인선 논의가 이뤄져야 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답정너' 아닌 '적임자' 여부 따져야
그런 점에서 남북관계에 '관심' 있는, 큰 꿈 꾸는 정치인>의 발탁을 당연시하는 듯한 지금의 분위기는 다소 아쉽게 느껴집니다. 자칫 유력 정치인에게 스펙 한 줄 얹어주는 식의 인선이 되어서는 안 될 겁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차기 통일부장관을 놓고 너무 답을 정해놓고 접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대통령은 인사에 있어 외부에서 말하는 것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처럼 지금은 '답정너'가 아닌 '적임자'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June 18, 2020 at 11:4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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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M부스] "차기 통일부 장관은 무조건 정치인의 몫?" - MBC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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