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s

Friday, September 11, 2020

[토요단상] 다비드상 만들기 - 영남일보

karitosas.blogspot.com
2020091101000404800015701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미켈란젤로가 다비드상을 완성한 후 이를 본 교황은 그의 천재성에 감탄해 마지않았다. 교황은 미켈란젤로에게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는지 비결을 물었다.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대답했다.

"간단합니다. 다비드상이 아닌 것은 모두 제거하면 됩니다."

물론 그의 말처럼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어느 것이 다비드 상인지 아닌지는 그의 통찰에서만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통찰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중요한 경험법칙에 대한 가장 간결한 은유이다. 이렇듯 인생과 지식은 더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것을 제거함으로써 완성된다. 여전히 젊음이 부럽기는 하지만 굳이 나이 듦의 장점을 꼽자면 무엇을 인생에서 제거할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생에 뭔가를 보태려고 애를 쓰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통찰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무엇을 제거할지 조금씩 말해준다. 또한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경험법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찾으면서 갈망한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 희망이 현실화되면서 어둠의 터널을 지나겠지만, 그 희망의 결실은 종교나 정치에서 오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요즘 종교만큼 우리를 절망시키는 게 있을까? 결국 희망의 결실은 자연과학에서 올 것이다. 과학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인류의 번영과 안녕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과학을 생각할 때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발명하는 것을 생각하지만, 사실은 여러 가설 중에 필요 없는 것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여기에는 눈에 띄지는 않지만 정직한 수많은 과학자와 의사들의 노력이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들은 다비드상에 포함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원망스럽고 고통스럽지만 장점도 있다. 우리에게 무엇이 다비드상이 아닌지 뚜렷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음과 신호가 혼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소음을 제거하고 신호를 찾을 것인가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여기서 우리는 경험법칙을 사용해야 한다. 고대 로마에서는 건물을 짓거나 다리를 건설한 사람은 한동안 그 건물이나 다리 밑에서 살아야 했다.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했다는 뜻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작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우리 사회에서 무엇을 제거하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이나 주장을 위해 타인의 목숨을 담보 잡는 사람은 다비드상이 아니다. 반면에 자신의 이익에 상충됨에도 불구하고 어떤 행동이나 주장을 한다면 일단 믿어볼 수 있다.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거짓말로 사람을 선동한다면 다비드상이 아니다. 가짜뉴스를 자신의 신념으로 삼아 행동하는 사람 역시 다비드상이 아니다. 자신의 큰 허물에는 입을 다물거나 변명을 일삼으며 다른 이의 작은 허물에는 목소리를 높이는 자는 다비드상이 아니다. 또한 자신의 허물에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자 역시 다비드상이 아니다. 다수를 위한 일에는 반대하거나 어깃장을 놓으면서 소수의 기득권이 유리한 일에만 목소리 높이는 사람은 다비드 상이 아니다. 우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켈란젤로가 그랬듯이 제거해야 할 것들을 하나 둘 정밀하게 제거해 나가야 한다. 분명한 것은 시간은 거짓말의 가장 큰 적이다. 거짓말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Let's block ads! (Why?)




September 11, 2020 at 08:00AM
https://ift.tt/3kbsoNi

[토요단상] 다비드상 만들기 - 영남일보

https://ift.tt/2XRTBfp

No comments:

Post a Comment